우리가 아껴 타고 다니는 승용차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정비소를 자주가게되고 때로는 부품도 자주 갈아야 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필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 인간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병원를 자주 찾게 되고 치과 치료를 자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자연의 순리인 것 같다. 천하장사도 이겨낼 수 없는 자연의 섭리 앞에는 역시 무력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인간 존재이기 때문에 평소에 치아의 중요성을 깨닫고 아무리 구강 보건에 힘쓰는 사람도 세월의 흐름에 따른 치아의 질환과 제반 이상 문제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는 일인가 보다.

 평소에 칫솔질에 관심을 가진 편이었고 나름대로 치아가 좋다고 자부했던 나도 무상한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이제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고 보니 치과 병원을 자주 찾아다닐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젊은 시절에 모양상의 문제로 보철을 한 적은 있었지만 그동안 치아로 인해서는 별다른 불편이 없게 살아왔는데 약 5년 전에 드디어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아래의 양쪽 가장자리의 어금니 두개가 갑자기 수돗물도 마시기 어려울 만큼시리더니 점차 통증이 심해져서 치과 병원을 자주 드나들 수밖에 없었다. 그로 인해 불편이나 고통이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을 즈음이었는데, 목포 선창에서 사시는 80세에 가까운 부잣집의 친척 한 분이 하시던 말씀이 자주 떠올랐다.

 "나는 유별나게도 이(치아)가 좋지 않아서 오랫동안 참으로 많은 고생을 해왔는데 하당에 있는 신우치과(지금의 예닮치과)에 가서 위쪽 아래쪽 이의 대부분을 뽑고 새로 임플란트를 했더니 이렇게 좋은 수가 없다.  임프란트를 하도 많이 했기 때문에 몇 천만원을 들여서 아파트 한 채를(?) 입에 물고 다니는 셈이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무리 물질적으로 봉양을 잘 해주는 아들딸이 있다고 한들 나도 하여금 김치를 와삭와삭 씹어 먹게 해주는 효자가 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이제 세상을 사는 것 같다. 그래서 임프란트를 해 준 그 치과의사가 나에게는 효자보다도 낫다."는 말씀이었다. 얼마 후 나도 여러 차례 신경치료를 했지만 석연찮은 아래의 어금니 두개를 뽑고 임프란트를 하고 나니 조금전의 그 말씀에 더욱 공감이 되었고, 그로부터 지금까지 친구들을 만나기만 하면 '임플란트를 하고 나니 시리지도, 아프지도 않고 단단해서 본 이(치아)보다도 더 좋다'는 자랑을 자주 하고 있다.

 그런데 작년 여름에는 또 위쪽  어금니 세 개가 충치도 없고 통증도 없는데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이 탓이려니 생각도 들었다. 치과에 가보니 단단한 이에 통증이 있으면 신경치료를 하고 보철을 하면 되지만 잇몸이 성치 못해서 흔들리면 어쩔 수 없이 뽑아야 한다는 진단이었다.

'예수의 정신을 닮아가자'는 치과 병원의 의료방침을 암시하고있는 하당의 예닮치과 신세를 또 다시 지게 되었다. 위쪽 어금니는 턱에 비해 훨씬 절차가 복잡했다. 치아 부분의 뼈가 성치 못해서 뼈를 이식하고 6개월이 지난 지금 나사를 박고 일 주일 후인 2010년 3월 12일에 이의 본을 떠서 보철을 하고자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지금가지 반 년이 넘도록 한쪽 치아는 쓰지 못하는 불편을 겪고 있지만 얼마 후면 나도 전술한 노년의 친척 아저씨 처럼 입의 양쪽으로 김치를 와삭와삭 마음껏 씹어서 먹을 수 있는 행운이 올 것 같다. 오랜 공직생활을 마치고 재작년에 정년퇴직한 나로서는 앞으로도 보배로운 이가 해마다 차례로 무너질 것을 생각하면 노후생활이 서글프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때마나 예닮치치과에서 임프란트로 그러한 고충을 해결해 줄 것을 생각하면 우리 할아버지 시대의 사람에 비해서 나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도 든다.

  생각해 보면, 우리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께서 사시던 시대까지만해도 의학이 발달 하지 못했기 때문에 불혹(40세)나이가 되기도 전부터 이가 빠지면 속수무책이서서 아무리 멋쟁이, 미인이라고 한들 합죽이 신세로 볼품없는 외모가 되었음은 물론 음식의 맛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사셨을 것이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부모님께서 사시던 시대에는 그대로 틀니를 활용할 수 있도록 발달을 해서 그나마 다행있었다. 그러나 틀리는 얼굴 모양을 바로잡아 주는 역할은 해 주었지만 수시로 빼내서 씻어야하는 불편이 있었고 비위생적이었으며 단단한 음식을 제대로 씹을 수 없었기 때문에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나는 돌아가진 어머니의 생존시에 틀니를 세번이나 해 드린 적이 있다. 그러나 돌아가시기 직전에는 그 틀니가 잘 맞지 않는다고 불평불만이 대단하셨다. 그것은 틀니가 잘 맞다가도 노환으로 몸이 부으면 다시 맞지 않게 되고 잇몸이 아프셨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늘날의 우리들은 첨단을 달리고 있는 현대 의술의 발달 덕택으로 본 이(치아)가 없어도 타고난 이보다도 더 단단하고 좋은 임프란트를 할 수 있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하고 행복한 일인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토록 편리하고 유익하고 좋은 임프란트라 하더라도 그와 관련해서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가 아직 남아 있는 것 같다. 서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의료비가 있어야 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빈부 격차를 막론하고 몸이 아프면 누구나 부담 없이 평등하게 병원을 찾을 수 있는 의료보험 제도가 생긴지 아주 오래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의치나 임프란트는 의료보험의 지원에서 제외되고 있다. 선진국가에 접근해 가고 있는 오늘날에 있었서는 더욱 의치나 임프란트야말로 사치나 미용의 경지를 뛰어넘어 삶의 질을 높이는 생존을 위해서 필요 불가결한 의료 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빈부의 차이에 따라 임프란트의 대상이 차별화 되고 있다면 그것은 복지국가, 민주,평등 사회의 가장 불합리한 논리가 아닐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치료비의 몇 %가 되건 의료보험의 지원을 점진적으로 증대시켜 누구나 부담없이 평틍하게 임프란트의 복락을 누릴 수 있도록 시급한 의료보험의 제도개선을 간곡히 제언하고 싶다.